1.
얼마 전에 LX100의 사용기를 올리면서 거의 개봉기 수준으로 올려 놓고 이거 이래도 되나 싶어서 - 이 좋은 카메라를 제 사용기 보시고 에이 이게 아닌가벼... 할 분들도 계실 듯하여 좀더 제대로 다시 해야지...하다가 결국 사는데 쫓겨서 다시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게 사진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래서 그냥 가볍게 풀어 보려 합니다.
사실 제가 동영상을 잘 찍지도 자주 찍지도 않은 사람이라 동영상에 대한 내용은 다른 분들의 사용기나 이야기를 들어보시는 편이 더 나으리라 생각 되네요.
그럼 또 과거로의 여행을 잠시 떠나 보겠습니다.
2.
사실 그 오랜 시간 전에 가장 많이 들고 다녔던 카메라는 고수들이나 쓴다던 펜타프리즘이 떡 박힌 니콘이나 펜탁스의 렌즈교환식 카메라도 아니었습니다. 일단 비싸고 복잡했으니까요.
혹시 이런 카메라를 기억하시는지요? 아니 보신적이 있으실랑가요 ㅡㅡ;;;
요즘 젊은 분들이야 이게 뭔 카메라야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달릴 것은 다 달려있습니다. 플래쉬도 내장형이니까요 ㅋㅋㅋ (처음에 5D 보고 flagship도 아닌 뭔 카메라가 내장 플래쉬도 없나 하고 욕을 바가지로 했던 인간이 접니다.)
필름도 일반 35미리가 아니라 이렇게 생긴 놈을 넣습니다. 카트리지 타입의 110미리 필름입니다.
모르시는 분들은 이게 정체가 뭔가 하시겠지만 사실 이 카메라가 70-80년 대에는 일반인들이 근접하기 가장 쉬운 카메라였어요. 뭐 목측식인데 찍찍 소리나는 버튼을 옆으로 밀어서 필름을 감고 위의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사진을 찍어주는 지금이나 그때나 카메라의 기능은 다 하는 똑똑한 놈입니다.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Point & Shoot 카메라지요.
장점은 누가 뭐래도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 나는 카메라보다 싸고 가벼우며 주머니에도 쏙쏙 들어가는 기특한 놈이라는. 밤에도 물론 찍을 수 있죠. 단지 조리개를 건드리거나 렌즈를 바꾸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만 어찌 되었건 사진을 잘 뽑아주는 훌륭한 카메라입니다.
불 다 꺼놓고 생일 케이크 불어~~
빛도 안 좋은 상황에 요런 깜찍한 사진을 남겨 주었지요. 사진이 오래되어 상태가 좀 안 좋은 놈을 버벅대며 스캔을 뜨니 좀 구질구질합니다만 무려 40여년 전 어느 생일날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에 나오는 인간들은 죄다 45세 혹은 50세 중반에 근접해가는 노땅 욕쟁이 아자씨들 이긴 하나 퍼가셔서 나르시면 제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오니 그냥 봐 주시기만;;;)
그냥 투명 할 뿐인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 구도를 맞추고 누르면 상황 끝입니다.
아마도 졸업식이나 동아리 MT 사진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카메라가 아닐까 해요. 물론 이 시절에는 고궁에 가면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시던 (물론 돈 받고) 분들이 많던 시절입니다. 뭐...아웃포커스는 거의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만(사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죠) 아마도 여러분들의 필름 사진들은 이 시절 이 카메라가 대부분이었을걸요?
아니면 하프카메라의 대명사인 올림푸스의 PEN 씨리즈 였겠지요. 이놈은 35미리 플름을 반으로 짤라서 한 프레임에 두 장을 찍을 수 있는 녀석이었습니다.
올림푸스에서도 이 녀석을 복각해서 포써드 센서를 박은 PEN E-Px 시리즈를 최근에 내놓았었고 그럭저럭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물론 저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광학식 뷰 파인더가 없는 카메라를 카메라 취급을 안 했었어요. 얼마 전까지도.(사실 울며 겨자 먹기로 현실과 타협한 거라죠 ㅠㅠ)
과연 이런 카메라들의 사진 품질이 얼마나 좋았느냐… 이건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세대들은 지금의 세대보다 상상력에 의존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죠.
사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부모님의 절대 권력 하에 관리되는 TV 보다는 조그만 AM/FM라디오에, 있지도 않던 인터넷보다는 인쇄매체를 접하면서, 매주 신문로 육교 옆 광화문 음악사에서 공짜로 나누어 주던 미국 팝 차트가 담기고 간단한 신곡소개가 달린, 삐라 인쇄 수준의 찌라시 비슷한 놈을 읽으며 상상력으로 밖에 채울 수 없는 공간에 조금씩 목말라하며 그렇게 지내는 것이 습관이었던 세대들이죠.
이미지보다는 텍스트에 가까운… 지금과는 다른 자기가 만든 상상에서 이럴 것 같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던. 고등학교에서 축제를 하면 가장 인기 있던 곳이 시회전하는 것이었어요. 자작시를 가지고 배경 그림을 그려서 판넬에 척하니 걸어서 말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이문세씨가 읽어주는 사연 듣고 울기도 하고 내가 보낸 엽서가 언제 나오나 목 빼고 기다리기도 하고.
펜팔이라고…뭐 편지 주고 받으면서 (사진 달라고 하면 대부분 연애인 사진을 보내줬다는 ㅋㅋㅋㅋ) 책갈피에 곱게 말린 은행잎 하나 받으면… 아 어떤 사람일까 그냥 두근거리고….뭐 그랬습니다. 지금이야 카톡에 초성만 날려도 다 통한다지만.
사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면 심도니, 노출이니, 왜곡이니 하는 단어를 쓰지도 않았고 그냥 현상소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 정도 사진이면 충분했지요. 왜냐하면 따스한 인간의 기억이 그 부족한 공간을 백열전구처럼 채워주고 있었으니까요. 사진은 그날, 그 장소의 기억으로 가는 작은 징검다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소품이었을 뿐 입니다. 마치 어머님의 안경 하나가 어머님의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듯이. 그러다 보니 상당히 감성적이었지요. 어쩌면 감상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는…
뭐 이야기가 다소 길게 나갔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작은 카메라에 막강한 성능이라는 주제의 포써드 진영의 미래를 보여주는 카메라가 이제서야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LX100이라는 거죠. 사실 판형이 UFC네 뭐네하지만 센서가 작으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풀프레임에서는 고가의 렌즈가 아니면 불가능한 주변부까지 고른 화질을 쉽게 달성한다는 겁니다. 뭐 당연하겠지요. 담을수 있는 폭이 제한되어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사진 만 따져서는 2004년 SLR/N, SLR/C를 마지막으로 풀 프레임 카메라 생산(바디는 남의 것 썼으니 생산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을 중단하고 얼마 전에는 쓸쓸한 운명을 맞이 한 Kodak같은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느낌이 아마도 필름과 디지털의 모두가 긍정하고 공유할 수 있었던 그런 마지막 타협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최초의 풀 프레임 디지털카메라에 속하는 2002년 발매된 콘탁스의 ND는 센서를 두 장 붙여서 풀 프레임 센서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버그로 그렇게 특이한 사진들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으니 실제적으로는 캐논의 1Ds라는 괴물에 밀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간... LX100 이제사 드디어 포써드 진영이 목에 힘줄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지껏 남부럽지 않은 화질을 보여 주면서도 센서 크기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했는데 말입니다.
이 크기에 이 밝기에 누구는 계륵 화각 이라고 하지만, 하여간 표준줌 화각 렌즈라니… 얼마나 기특합니까?
(토이카메라 모드 입니다.)
3.
기댈 곳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기댈 곳이란 그곳에 편히 몸을 맡기고, 마음을 맡기고 쉴 수 있는 곳을 말합니다. 집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작은 강아지가, 또는 Marvin Gaye가 부른 R&B 한 곡이 기댈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뭐 대단한 곳이어야 할 필요 없죠. 특히나 요즘 세상처럼 육체적인 피로보다는 정신적인 공황이 무거운 일상의 주범이 되어버리는 세대에는 굳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그저 마음 한 자락 살포시 깔아 놓고 정신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사진이 있어서 참 좋다라고 생각되는 것은 아마도 제게는 사진이 쉴 곳이 되는 까닭 일겁니다. (물론 가족만한 게 없지만 떨어져 살다 보니…헤헤).
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다 보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쯔음 그날이 옵니다. 사실 사람들은 종류가 참 다양하고 선호도 각기 다르고 합니다. 물론 이런 개개인이 여럿 뭉친 조직이 되어버리면 그 조직의 기호나 선호도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만.
어떤 이유가 되었건 사진이 뜸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진을 찍는 일보다 더 급한 일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어진다는 이유가 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사진을 찍을 여유가 안 되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으나 일상의 급한 일을 치우고 나면 우선 순위가 사진이었던 것뿐입니다. 잠시 최면에 걸려 있던 탓이겠죠.
좋은 사진이라는 게… 그만큼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이 생겨야 기술도, 눈도 늘고 하는데 남들 가는 출사지 들을 나름 섭렵한 후에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사진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을 지나 얼마의 시간이 지나게 되면 갑자기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출사 이후의 모임에 관심이 더 가고 어떤 사람들은 이 정밀한 기계에 관심을 가지고 장비를 모으는데 더 치중하게 됩니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나만의 고민을 하다 장터에 결국 노크 하고 장비를 처분하고 말기도 하죠.
사실 한국사회라는 게 개인보다는 대중의 선호에 개인의 선호를 맞추는 일이 잦다 보니 뭐 이러다가 돈만 날리고 마는 사람을 뭐라고 하긴 사회적 틀이 너무 기형적입니다.
예를들어 나는 내 체형상 수트가 길이가 좀 길어서 엉덩이를 덮는 걸 선호하는데 매장에 가보면 기성복은 죄다 짧고… 이런 식이다 보니 집단적인 것에 마치 고양이가 조그마한 박스에 자신을 쑤셔 넣듯 빼곡한 그 유행의 틀에 몸을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도 자전거도 모두 지나가는 과정일 뿐인 게 현실인 곳이죠.
최신 유행과 기존의 패션이 공존하는 미국에 한 십여 년 넘게 살아도 보고 일 때문에 자주 해외에 나가서 오래 머무르게 되는데 요즘은 아예 옷을 외국 나갈 때 마다 사와 입지, 한국에서는 잘 안 사게 됩니다. 뭐…그렇다구요. 네.
얼마 전 소위 맛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어느 지방의 소도시에 사시는 고모님 댁을 갔다가 저녁 식사에서 무침요리를 하나 드셔 보신, 서울 출신 어머님이 어떻게 만드는 건지 꼼꼼히 적어 오셔서 집에서 한번 드시더니 그 맛이 안 난다고 조금 풀이 죽어 계시더군요. 제가 꼴에 어머니를 위로한답시고 한마디를 툭 던졌답니다.
‘고모야 거기서 태어나시고 어릴 때부터 그런 음식을 드시고 만들고 하신 게 한두 해가 아닌데 그냥 재료랑 요리방법만 배워서 그 맛이 나겠어요? 그 맛을 내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
그때 문득 생각 하나가 천천히 머릿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소위 디자인의, 패션의 고장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을 가 보면 길거리의 식당이나 집에 해놓은 장식이나 간단한 식탁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원에 걸린 듯한 화분 하나도 범상치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정교하지도 않은데 그냥 그 자리에 그 색깔을, 혹은 그런 무엇 하나 ‘무심히’ 걸쳐 놓았을 뿐인데도 뭔가 우리와 달라 보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시각적 감각 – 균형, 색채, 조합 등등의 – 이 대를 물려오다 보니, 이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지역에서 태어나기만 해도 이미 그렇지 못한 국가들의 평균을 넘어서는 시작점이 되어버린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선천성 요인 및 환경에 의한 역할이 대단히 크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런 곳에서 낳고 자라고 배우고… 그 과정에서 실제 눈으로 입으로 느낀 감각이 그렇지 못한 곳에서 자란 사람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이런 감각적인 감성의 대물림이 없다는 건 좀 우울하기도 하고 부럽다가 심지어 짜증나기도 하는 일입니다.
똑같은 눈이 또 다른 것을 본다는 것 말이죠. Third Eye?
예술의 정의가 무엇이던지 간에 확실한 것은 내가 느끼는 무엇을 남에게 느끼게 해준다는, 또는 어떤 감흥을 일으키게 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사진도 엄연히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만일 사람이 하늘을 날라 다닌 다면 하늘에 대한 정의내지는 감각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결국 사람은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학습’과 ‘재생산’의 동물입니다만 문제는 사람의 감성이 바로 ‘창조’의 동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나름 명문대를 나와 똑똑하고 정말 예쁘다고 소문난 어느 여배우… 참 얼굴이, 머리가 아깝게 연기력이 딸리는 이유는 똑똑하다고, 즉 ‘학습’에 의한 ‘재생산’으로 가능한 범주에 있지 않은 감성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요? 흔히 스티븐 씨걸 형님과 표정에서 비교되는 이유도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좀…심한 말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이 감성이라는 것은 배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사진이 더더욱 힘든 취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저는 LX100에 핸드 스트랩을 달아 놓았습니다.
전에 캐논 큐엘이에 달아 놨던 건데 참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놈은 목이나 어께에 걸구 댕기기는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대신 손목에 달고 덜렁덜렁 다닙니다.
물론 늘 손으로 감싸 쥐고 있죠. 제 카매라는 소중하니까요ㅋㅋㅋ (어우 식상해...)
카메라를 처음 구입하게 되는 주위 분들이 랜즈 구성을 물어보면 전 그냥 24-70 급과 70-200 급의 줌렌즈와 50미리 쩜팔이나 쩜사를 사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뭐 그래 봐야 알아서 캐논 식으로 이야기하면 이사벨이니 사무엘이니 만투를 지르는 분들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만 쩝.
시그마에서 최근에 나온 18-35mm f1.8이라는 놈을 제외하고 표준줌에서 2.8 밑으로 내려가는 놈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18-35라니…FF 환산 화각으로 27-52.5 정도가 되니 예전 니콘의 25-50 f4와 비교하면 뭐 밝기는 천양지차 이긴 한데 가격이…떱떱떱… 게다가 APS-C렌즈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각이 있고 또 자주 찍는 화각이 있습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 지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문제는 만투 사서 (사실 그 가격이면 저같으면 사실 85.8 사고 나머지는 외장하드 업그레이드에, 비실거리는 제 주력 렌즈인 니콘 80-200을 탐론이나 시그마 중고로 바꾸려고 알아 보겠습니다만) 얼마나 자주 찍는지가 참 궁금합니다.
누가 물어보면 딱 객관적으로 만투가 느낌이 좋은 사진을 가져다 주는 렌즈라는데 뭐 반론 할 것이 그다지 없죠. 여친 이쁘게 찍어주고 밥 얻어먹는 재미도 삼삼하고...(아...밥은 늘 사야하나요? 그럼 뽀뽀로 바꿉시다. 여자친구를 가져본지 하두 오래 되놔서... 젠장.)
그런데 LX100의 제원을 찾아보면 화각이 35미리 환산 24-75로 되어있는데 카메라에는 24-105로 단위가 나옵니다. 이 숫자가 다소 헷갈리기는 합니다만 신경 안 쓰고 넘어 갑니다.
1.7-2.8의 밝기를 보이는 라이카의 바리오 주미룩스 렌즈가 달려 있는데 최대망원에서 2.8이 가장 밝은 조리개 입니다. 58미리 정도에서 2.8로 떨어지는군요. 뭐 다들 아시다시피 이 라이카 렌즈는 선명도가 아주 괞찮습니다. 게다가 1인치도아니고 포써드 센서를 박아놨으니 아웃포커스는 당연지사 딱 적당히 날라 갑니다.
사실 RX1류의 풀프레임에 35mm의 단렌즈를 박은 카메라도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35mm 화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쓰고 참 다행이라고 읽습니다. 안 그랬으면 또..M에…흙흙 ㅠ
그냥 50미리가 제일 좋아하는 화각이다 보니 나머지는 덤으로 얻은거죠. (나이가 먹으면 늘,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킁;;;) 앞뒤로 움직이면 되니까요.(나이먹으면 또 포기가 빨라야ㅠㅠ)
뭐 서브를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카메라가 서브 뿐 이겠습니까?
나름 출사라고 껍적대고 나갈 때는 DSLR은 D700에 망원 줌을 혹은 F3에 쩜사하나 박아 아사400짜리 필름 배불리 먹여주고 들고 나갑니다. 이게 가방무게가 확 주는게 아오... 어깨결림 증상이 순간 사라집니다.
4.
LX100을 쓰면서 측광을 바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뭐 이런 다이얼 방식이 요즘 미러리스를 포함한 똑딱이 카메라에서 다 사용하고 있지만요. 오히려 미러리스나 이런 류의 카메라들이 나오면서 참 좋아진 장점 중 하나 인 것 같습니다.
메뉴 들어가서 측광방식을 변경하는 게 은근히 귀찮고 때로 위험 하거든요.
이 귀차니즘 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순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뱃살도 그러하다..) 다들 아시다시피 사진을 제대로 찍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측광이고 얼마나 찰나를 잘 잡는건가 인데 스팟으로 해놓고 어리버리 있다가 팍 찍어야 하는 순간에 머리 박고 메뉴 버튼 움직여서 다시 카메라를 보면 그녀는 저만치... 아니... 상황은 저만치 가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냥 멀티로 해놓고 있다가 엄지 손가락을 좀더 뻗어 이 노출다이얼을 다다닥 돌려서 찍어내면 그만입니다.
이게 사실 광학식 뷰파인더를 쓸 때는 알 수 없는 EVF만의 장점이기도 하죠. 실제 측광된 화면이 LCD나 EVF에 보이니 바로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꼭 예전 FM2 쓸때의 뷰파인더의 측광 불빛을 보는 느낌? (이야기 해놓고 보니 갑자기 겁나 우쭐대는 듯한 이 느낌은?)
그러나 아마도 가장 LX100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렌즈를 바꾸지 안아도 된다는 점 일겁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렌즈를 바꿀라고 해도 바꿀 재주가 없습니다. 고정식이니까요. 걍 침동식 렌즈하나 꼽아 논 셈이죠.
렌즈를 화각 별로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화각을 모르던가 조금의 아쉬움이 어느날 문득 엄청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때입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모든 화각의 렌즈를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설령 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출사를 들락거리다 보면 다 가지고 갈수 도 없죠.
전에 앍던 분 중 의사를 하시던, 그야말로 꼼꼼한 분이 계셨는데 이분은 18-200 렌즈를 구하시더니 사진을 찍을 때 마다 EXIF에 뜨는 렌즈 화각을 일일이 적어 내는 대공사를 한장한장에 퍼부으시다가 어느 날엔가 24mm, 50mm와 70-200mm으로 가시더군요. 결국 조금 아쉬운 건 앞으로 조금 더 가던가 뒤로 더 빠지던가 더 망원은 텔레컨버터 2X 짜리를 구입해서 달던 가로 가신 거죠.
웃긴 게 DSLR이 무겁다고 미러리스로 간 어느 후배 놈이 화각 때문에 결국은 똑 같은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망원이 필요한데… 35미리화각이 필요한데… 삼짜이스 35미리/24미리 1.4 렌즈가 확 작나요? 35라는 숫자만 작아 보일 뿐이지요.
미러리스에 50mm 렌즈만 꼽아 놓고 DSLR과 크기를 비교하면 훨씬 작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게 50mm 만 꼽아놓지 않으니… 게다가 배터리 그립까지 달면 이건 뭐 미러리스 왜 사냐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군대 찬합사이즈의 D4 보다는 절대적으로 작긴 하겠지요. 목에 걸지 않으면 잘 모르게 되어 버립니다.
솔찍히 제가 메인 카메라를 미러리스로 갈 리도 없지만 굳이 간다면 그건 아마도 M42 수동렌즈들과 라이카 렌즈들을 써보고 싶어서 일 것 이고 이미 그 과정은 지나봤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미러리스 풀 프레임이 폭풍 가후로 망가지는 날 한번 구입을 할까 조심스레 고민 중이죠.
LX100을 구매한 이유 중 하나도 이렇게 렌즈를 바꾸지 않아도 아니 못하는 놈이다 보니 정말 가볍게 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카메라는 50mm 를 기준으로 양쪽에 일정 여유공간을 두고 쓸려면 쓰고 말래면 말고 라는 눈짓을 보냅니다.
슈퍼줌 이라면 당연히 밝기를 포기해야 하고 35mm 단렌즈는 너무 제겐 가깝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구닥다리 D700에 맡기면 됩니다. 아직도 제 80-200은 비실거리기는 하나 좋은 사진을 뽑아 줍니다. 정정합니다 - 제게 좋은 사진을 뽑아 줍니다.
5.
그러나…역시 이런 류의 EVF/LCD 방식의 카메라들이 갖는 불편함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Contax G2에 45mm F2 렌즈를 꼽아 놓고 살짝 틀어 보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카메라가 있을까 감탄사를 내뱉게 됩니다. 첫날 머리맡에 놓고 잤다는ㅡㅡ 제 생각에는 외관 디자인으로 라이카의 M과 맞장을 뜰 수 있는 유일한 카메라가 G가 아닐까 하고, 또 벨비아 50 먹여서 찍으면 와….턱이 빠지죠.
이렇게 아름다움에 훌러덩 빠진 턱이 안 돌아와도 문제없을 듯한 카메라가 어렵게 장터링을 통해서 구해 몇 달 쓰다가 조용히 남대문으로 간 이유는 손맛입니다.액정의 먹물 문제도 아니였고....
그냥 ‘찍’ 하고 ‘찍’히는… 일반적인 RF 카메라의 그 이중합치 과정이 주는 묘한 느낌이나 손맛이 없다는 겁니다. 편하죠. AF가 되는 RF라니… 그런데 이게 아름다운 디자인에, 믿고 찍는 결과물인데…. 과정을 죄다 도둑 맞은 느낌? 아주 아름다운 마네킹의 느낌? 사진을 찍다 보면 그 미묘한 집중의 과정이 홀라당 날라간 느낌이 주는 허탈함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겁니다. 결국 F3를 잡게 되어 버립니다.
F3의 손맛을 이 조막만한 LX100에 기대한다는 건 사실 어부성설 입니다.
사실 나름 혼자 있고 싶은 산책을 겸한 출사 길에서는 LX100보다는 D700이 더 손이 갑니다. 일상이라는 순간 주머니에서 툭 튀어나오는 놈으로는 딱 입니다만 여전히 흐릿한 EVF와 허전한 왼손.
허전한 왼손….허전한 왼손…
결국 일상에서는 메인, 출사 길에서는 서브카메라로 LX100과 D700은 각자 역할 분담을 하게 됩니다. 저는 광학식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세대라… 이 LCD가 주는 이물감이 편할 수는 없습니다.
또 초점 잡는 방식이라는 것도 있지요. 뭔가 버튼을 누르고 선택을 해서 초점을 잡아야 하고 피사체가 움직이면 잘 잡지도 못하고. 원래부터 어떤 문제가 있는 배우자랑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문제의 재발이라는 상황에서는 포기가 되는 것이고 또 결혼 전에 이미 알고 있으면 사실 문제가 없는 거겠죠. (안 그런가유? 쩝)
6. 에필로그 – 누구를 위한 사진인가
처음에는 아름다운 영상이 담긴 사진이 좋아서 순수하게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칭찬을 듣게 되고 사진이 좋네요 라는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듣고 나게 되면 더 더욱 사진을 열심히 찍습니다. 문제는 이 시점입니다.
보여준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D810 카메라를 구입하고 나서 제품등록을 하면서 예술적 감성을 웹에서 다운로드 받아 wifi로 머릿 속에 넣을 방법은 없기 때문에 결국 기술적인 문제를 풀어 보려는 노력을 합니다. 이때 장비도 무지 바꾸게 되지요. 그러다 지칩니다. 그러면 다 팔고 자전거를 타거나 다른 취미를 찾아 나서게 되지요. 아니면 사람들이 단순히 좋아 동호회에 남게 됩니다.
아빠진사가 많은 이유는 아이를 바라보는 사랑이라는 감성은 모든 아버지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여친렌즈가 팔리는 이유는 뭘까요? 최소 사진을 찍어 줄 정도의 여자친구라면 좋아한다는, 사랑한다는 아니면 최소한 설레는 감성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새가 좋아서가 아니면 600미리 렌즈에 그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한여름 땡볕에 위장막 뒤집어 쓰고 몇 시간을 어찌 버티겠습니까?
결국 사진도 내가 좋아하고 찍고 싶은 피사체가 있어야 자주 찍게 되고… 자주 찍다 보면 더 좋게 나오도록 찍는 방법과 그렇게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장비가 뭔지 집중하게 됩니다. 결국은 피사체를 좋아해야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옵니다. 사실 이 단계에서 몇 년을 열심히 찍다보면 아 내가 인물이 좋구나 라던가 풍경이 좋구나 혹은 더 깊게 들어가서 스튜디오 인물이 좋다, 야경이 좋다, 새가 좋다… 이런 구분이 나오겠지요.
그렇게 머리가 생각하는 필요한 장비를 죄다 가지고 다니다가 어느 날엔가 손이 눈이 필요한 장비로 하나씩 내려놓게 됩니다.
피사체를 이해하는 만큼 좋은 사진이 나오다 보니 결국 내가 좋아하는 렌즈와 카메라 그리고 그 외의 장비들로 줄게 되는데 물론 여기까지 오기 전에 많은 분들이 사진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더 이상 보여줄게 없어진다고 느끼게 되죠.
내 사진을 처음으로 볼 사람도 나고 마지막으로 볼 사람도 납니다.
사실 35미리 화각이 아니면 안 나온다고 다부지게 믿던 장면도 50미리로 찍을 수 있게 되고 1.2밝기가 아니면 못 찍는 다는 사진도 뭐… 어느 순간에 걍 쓩 찍고 넘어갑니다. 사람은 변하거든요. 게다가 카메라들도 품질이 악 소리 나게 좋아지고 사진가의 재주도 실실 늘어갑니다. 필름카메라 쓰던 시절에 ASA 12800짜리 필름이 말이나 되었을까요?
상황이 안 될 뿐이지요. 그냥 아쉽다…이게 결론입니다.
아웃포커스가 아쉽고 거리가 아쉽고 뭐 그런 거죠. 제 생각에는 배경이 꽤 멀게 찍은, 피사체를 똑 같은 사이즈로 잘라서 사진 만 딱 보여주고 어떤 게 85미리인지 200미리 인지 400미리 인지 구분하라고 하면 잘 모르실 분들 많을 겁니다. 반사렌즈야 달콤한 도넛이 둥둥 뜨니…
좀더 좋은 장비란(이라고 쓰고 무지 비싼 장비라고 읽습니다) 그저 좀더 안 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사진에 가까운 결과물을 가져다 줍니다. 다시 말하면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냥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시간에.. 장소에… 그냥 아무것도 아닌 마냥 불쑥 꺼내어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그런 카메라가 필요하시면 LX100이 참 훌륭한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적당합니다. 묵직한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는, 놓치기 쉬운 순간을 톡톡 찍는 카메라로서 말입니다.
뭐든지. 렌즈 싸이즈도, 줌도, 밝기도. 어찌 보면 너무 두리뭉실해서 새콤한 매력이 없다 해도 이 정도면 all round player가 아닐까요? 결국 사진은 마음에 드는 장면을 간직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그냥 믿고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카메라만 손에 있다면.
요즘은 너무 적당한 게 많아서…뭔가 좀 강렬하게 쎈놈이 나올떄도 되었는데… 젠장… 중형으로 가야하나…ㅠㅠ
(왔다갔다ㅋㅋㅋ)
뭐 푸념만 할듯 합니다ㅋㅋㅋ
그럼 두서 없는 글 이만 줄이고 LX100으로 찍은 사진들 같이 나누어보며 이만 줄입니다.
늘 그렇듯 모두 무보정 리사이즈들이고....
이번 계절은 또 어떤 상흔들을 남겨주고 떠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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